writings / essays
어땠어? 라는 질문 앞에서
성에 대한 솔직하고 존중 있는 대화에 대한 이야기
성관계 후에 종종 듣는 질문이 있다. “어땠어?”
이 질문은 가벼운 확인처럼 들리지만, 나는 이 말 앞에서 자주 말을 고르게 된다. 솔직하게 답하기에는 분위기가 너무 쉽게 무너지고, 괜찮았다고 넘기자니 내 경험을 지워야 하기 때문이다. 그래서 이 질문은 늘 대답보다 침묵을 먼저 불러온다.
솔직히 말하면, 실제 관계에서 ‘정말 좋았다’고 느낀 경험은 많지 않았다. 그 사실 자체보다 더 어려운 건, 그 감각을 말로 설명할 수 있는 환경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. 어디가 좋았는지, 무엇이 불편했는지, 어떤 방식이 나에게 맞는지를 이야기하려 하면 대화는 쉽게 어색해지거나, 상대는 당황했다. 내가 내 성감대는 어디고, 이렇게 만져달라고 말했을 때 그 요구는 종종 ‘예민함’이나 ‘까다로움’으로 받아들여졌다.
이 경험은 개인적인 불운이라기보다, 성에 대해 말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사회의 단면에 가깝다. 한국 사회는 여전히 성에 대해 보수적이고, 특히 여성의 성에 대해서는 더 그렇다. 욕망을 표현하는 여성은 쉽게 오해받고, 구체적인 요구를 말하는 여성은 분위기를 깬 사람으로 취급된다. 그 결과, 많은 대화가 ‘어땠어?’라는 모호한 질문 하나로 축약된다.
문제는 질문 그 자체가 아니라, 그 질문 뒤에 이어질 대화를 준비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. 정말 상대의 경험을 알고 싶다면 좋았는지 나빴는지를 묻기보다 어디가 편했는지, 무엇이 어색했는지, 다음엔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묻는 게 먼저일 것이다. 하지만 우리는 그런 언어를 배운 적이 없다. 성은 배워야 할 대상이 아니라, 알아서 잘해야 하는 영역처럼 취급되어 왔기 때문이다.
스푼 라디오에서 성 관련 토크를 진행하며 나는 비슷한 불편함을 가진 사람들을 자주 만났다. 콘돔 사용에 대한 거부감, 성감대에 대한 무지, ‘말하지 않아도 알 거라 생각했다’는 후회까지. 그 이야기들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, 성교육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생긴 결과처럼 보였다.
나는 성에 대해 더 많은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. 자극적인 표현이 아니라, 자신의 몸을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언어가 필요하다. 성관계 이후의 질문 하나조차 상대를 평가하는 말이 아니라, 서로의 경험을 존중하는 대화가 될 수 있어야 한다.
“어땠어?”라는 질문이 더 이상 대답을 망설이게 만드는 말이 아니라, 솔직한 이야기가 시작되는 문장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성에 대해 말하는 법부터 다시 배워야 하지 않을까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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Bean is listening

